“시장이 두려워할 때 욕심내고, 시장이 욕심낼 때 두려워하라. 경매장은 이 격언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시장의 이면에 숨겨진 기회
32살 김민수(가명)는 노트북을 열고 법원경매 사이트에 로그인했다. 5년간 모아온 3억 원의 종잣돈으로 그가 노리는 것은 잠실의 한 아파트였다. 시세 35억 원짜리 아파트가 감정가 32억 원에 나왔고, 1차 유찰 끝에 80% 가격에 다시 경매에 부쳐졌다. “25억대에 잠실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죠.” 그러나 김씨의 예상과 달리, 그 아파트는 11명의 입찰자가 몰리며 결국 32억 1천만 원에 낙찰됐다. 원래 감정가에 거의 근접한 가격이었다.
2025년 2분기,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법원 경매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신청된 11만 9천여 건의 경매 물건이 이제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역대급’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경매 시장의 새로운 물결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의 경매 물량
지난해 새롭게 경매를 신청한 물건은 총 11만 9312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매가 급증했던 2009년(12만 4252건)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7만 건대를 유지하던 경매 신청은 2023년 10만 건대로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지속된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부터 실제 입찰까지는 약 6개월이 소요됩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말한다. “이는 지난해 신청된 물건들이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임을 의미하죠. 날이 풀릴수록 경매시장에 다양한 물건이 쏟아질 겁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의 뜨거운 열기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경매는 253건이 진행되며 1월(231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42.7%로, 전년 동월 34.9%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1.8%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25개 구 중 강남구(101.3%)와 용산구(100%)만이 감정가 이상에 낙찰됐고,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일부 지역(광진구, 종로구, 중구)에서는 매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역별 경매 시장 분석
강남 3구와 마용성: 프리미엄의 지속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119㎡ 경매에는 11명이 입찰에 참여해 32억 1000만원대에 낙찰됐다. 2층 저층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최초 감정가(32억 8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에 거래된 것이다. 같은 날 진행된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 경매에도 11명이 몰려 감정가를 초과한 금액에 낙찰됐다.
지난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30㎡ 경매는 더욱 뜨거웠다. 무려 87명이 입찰에 참여해 2001년 통계 집계 이후 서울 아파트 경매 중 최다 입찰자 수를 기록했다. 낙찰가는 감정가(18억 3700만원)의 117.5%인 21억 5778만원이었다.
“잠실을 중심으로 주변 단지 시세와 호가가 올라가다 보니 입찰자도 낙찰가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그럼에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강북과 외곽 지역: 숨겨진 기회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강동구(77.3%)였다. 동대문구(88.6%), 양천구(86.6%), 동작구(86.7%), 서대문구(88.3%) 등도 감정가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경매가 이루어졌다.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전용 148㎡는 지난 1월 18억 518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최초 감정가(22억 4000만원)의 82.7% 수준으로, 같은 면적의 최근 시세(24억 8000만원)보다 크게 낮은 금액이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는 7억 1076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9월 1차 매각에서 유찰돼 매각가가 낮아진 케이스다. 이처럼 유찰된 물건을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경기·인천 지역의 조용한 기회
경기와 인천 지역의 경매시장은 서울에 비해 아직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이 지역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2월 경매 진행 건수는 753건으로 1월(528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경매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10월(80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낙찰률도 51.8%로 올라 7개월 만에 50%를 넘어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2월에 매각이 이루어진 단지 중 낙찰가율 상위 10개 단지 모두 감정가의 100%를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주로 성남, 수원, 용인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거나 재건축을 앞둔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은 2월 아파트 225가구 중 75건이 낙찰돼 33.3%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80.5%로, 서울보다 낮은 수준이다. 평균 응찰자는 9.6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경매 투자 전략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는 법
경매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전략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를 철저히 분석하라.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시세 대비 10% 저렴하다면 괜찮은 낙찰가라고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둘째, 강남3구를 제외한 지역 중에서도 특히 경쟁률이 낮은 곳을 노려볼 만하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 기회를 찾을 확률이 높다.
셋째, 유찰된 물건을 주목하라. 1차 매각에서 유찰된 물건은 이후 매각가가 낮아져 더 좋은 조건에 낙찰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 참여자
“지난해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어 경매 물건만 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동네에 나오지 않아서…”라고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한 주민은 말한다. 이처럼 많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경매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올해 2분기부터 경매 물건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관망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경매 시장 참여를 위한 체크리스트
- 관심 지역의 경매 물건 정보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세요.
- 감정가와 실제 시세의 차이를 꼼꼼히 분석하세요.
- 유찰된 물건의 경매 진행 상황을 주시하세요.
- 입찰 전 해당 물건의 권리관계를 철저히 조사하세요.
- 잠재적 수익률과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세요.
당신의 다음 보금자리가, 또는 현명한 투자처가 경매장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5년 2분기,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의 열기에 함께 하세요.